기분에 따라 듣는 말도 다르게 들린다.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농담이 주는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때 서울 터를 잡아 준 사람이 무학대사다. 두 사람은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세우는 죽음을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다. 그래서 혁명 성공 후 더 친근하게 지냈고 격의 없는 농담도 자주 주고받았다.
하루는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장기를 두는데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스님. 인제 보니 돼지같이 생기셨습니다." 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스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처사님은 부처님 같아 보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대사는 그 이유를 묻는 이성계에게 "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라고 설명했다.
당신은 같은 말도 왜곡해서 해석하는 사람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의 꼬리를 잡고 "나 들으라고 그렇게 말한 것 아냐? 나를 우습게 본거지?" 라며 화를 내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제법 많다. 마음이 고약한 사람은 남의 말을 자기 마음대로 곡해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신이 누군가의 호의를 호의로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당신의 기분이 좋지 않아 그 사람의 말을 않 좋게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분에 따라 누구와의 대화가 즐거울 수도 짜증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남들이 당신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것으로 생각하거나 남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혹시 내 흉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당신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당신 마음에 남을 포용할 만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먼저 나와 상대의 기분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도 즐거운 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하나의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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